우리가 ETF 종목을 찾다 보면 커버드콜(Covered Call)이라는 이름이 붙은 ETF 상품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ETF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높은 분배율(배당수익률)이다. 일반 예금 금리가 연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즘, 커버드콜 ETF는 연 10%를 기본으로, 많게는 20%에 달하는 놀라운 분배율을 제시하기도 한다.
"와 이거 갖고 있으면 노후 대비는 물론이고 완전 부자 되는 거 아닐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커버드콜 ETF는 어떤 원리로 굴러가는 자산이며, 어떻게 이토록 매력적인 분배금을 꾸준히 챙겨줄 수 있는지, 그 높은 수익률 뒤에 숨겨진 비밀과 치명적인 단점까지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자.
1. 커버드콜 (Covered Call) ETF란?
커버드콜 (Covered Call)이라는 단어를 하나씩 풀어서 해석하면,
- 커버드(Covered): ETF가 우량주나 지수(S&P500, 나스닥100) 같은 '주식을 보유'한다.
- 콜(Call): 동시에 그 주식들에 대한 '콜옵션(call option)을 판매'한다.
즉, 커버드콜 ETF는 주식을 실제로 갖고 있으면서(covered), 그 주식의 매수권을 판매하는(call) ETF인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것이다.
1. 주식은 당연히 '실제로'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주식을 '실제로 갖고 있으면서' 옵션을 매도하는 상태를 커버드(covered), 주식을 실제로 '갖고 있지 않으면서' 옵션을 매도하는 상태를 네이키드(naked)라 부른다. 당연히 네이키드가 더 위험하다. (내용이 길어지니 오늘은 이 정도만 이해하도록하자.)
2. 주식의 '매수권을 판매'한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이건 아래 글에서 더 쉽게 알아보자.
2. 커버드콜 ETF 높은 분배금의 비밀: 콜옵션 프리미엄
커버드콜 ETF는 콜 옵션을 판매한 대가로 매달 옵션 프리미엄(=돈)을 받는다.
- 콜(call): 산다는 뜻
- 옵션(option): 선택권
- 콜 옵션(call option): 미래에 어떤 주식을 내가 지금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예를 들어,
철수가 한 달 뒤에 애플 주식을 10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애플 주식은 100달러 인데, 한 달 뒤에 애플 주식이 150달러가 되면 철수는 10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니 개이득이다. 철수는 콜 옵션을 행사할 것이다.
하지만 10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위해 철수는 콜 옵션 판매자에게 약간의 수수료를 줘야 한다. 철수는 수수료로 판매자에게 5달러를 줬다.
이 5달러가 바로 '콜 옵션 프리미엄'이다.
커버드콜 ETF는 이 콜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핵심)
콜옵션 프리미엄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커버드콜 ETF는 투자자들에게 높은 분배금(배당금)을 챙겨줄 수 있다.
이런 커버드콜 ETF는 한국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다.
한국에는 대표적으로 KODEX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498400) ETF가 있다.
이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데, 때에 따라 다르지만 연 17%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한다.
같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069500) ETF의 분배금이 연 2% 수준인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차이이다.
미국에는 제피라 불리는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가 있다.
JEPI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커버드콜 ETF로, 연간 분배율이 8.35% 정도 된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인 VOO(Vanguard S&P500 ETF)의 연간 분배율이 1.15%인것과 비교해보면 역시 엄청나게 높은 분배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아닌가?
과연 그럴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3. 커버드콜 ETF의 치명적 단점 3가지
앞에서 커버드콜 ETF의 구조에 대해 알게되었는데 약간의 의심(?)이 생길 것이다.
커버드콜 ETF가 옵션 프리미엄을 받아 돈을 벌고 높은 분배금을 챙겨주는건 좋은데, 이러면 단점이 있지 않을까?
정확하다. 커버드콜 ETF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 ETF의 주가 상승이 제한된다.
콜옵션을 프리미엄 받고 팔았기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오르면 그 이상의 수익을 못 가져간다.
만약 어떤 커버드콜 ETF가 기초자산으로 애플주식 10개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100달러인 애플 주식이 한 달 뒤에 150달러가 되었다.
주식을 계속 갖고 있었다면, 1000달러에서 한 달 뒤 1500달러 가치를 지니게 되며 500달러의 수익이 생긴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가 개당 10달러의 프리미엄을 받고 주식 5개를 팔았다면, 옵션 프리미엄 으로 50달러 챙기고, 다음 달 주식은 5개 남았으니 250달러 수익. 총 300달러 수익이 된다.
그냥 갖고 있으면 500달러 수익인데, 옵션 프리미엄을 받고 매도하는 바람에 300달러로 수익이 제한되었다.
결국 상승장에서 기회수익을 잃게 되는 것이다.
2) 그렇다고 하락장 방어가 잘 되지도 않는다.
옵션 프리미엄으로 약간은 방어가 되지만, 큰 폭의 하락에는 속수무책이다.
역시 커버드콜 ETF가 기초자산으로 애플 주식 10개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뒤 100달러 짜리 애플 주식이 30% 하락해서 70달러가 되었다.
100달러에 애플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10달러에 5개 팔아서 프리미엄 50달러를 챙겼다.
근데 콜옵션 매수자는 시장에서 70달러면 살 수 있는 주식을 굳이 100달러에 살 필요가 없으므로 이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커버드콜 ETF는 계약 초기에 받은 프리미엄 50달러를 챙기고, 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포기했으므로 주식도 10개 그대로 포트폴리오에 보유한다.
옵션 프리미엄을 받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면 300달러 손실이 된다.
커버드콜 ETF는 300달러 주식 손실에 프리미엄 수익 +50달러가 있으므로 250달러 손실이 된다.
주식만 보유했을때보다 전체 손실액을 약간 상쇄 시켜주긴 하지만, 어쨌든 떨어지는건 똑같고 더 큰 폭의 하락에는 이 상쇄 효과가 더 미미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커버드콜 ETF는 하락장 방어를 잘 하지 못한다.

(파란색: KODEX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노란색: KODEX200)
하락장에는 같이 떨어지고, 상승장에는 상승이 제한된다.
3. 분배금은 원금 일부 포함일 수 있다는 함정
커버드콜 ETF를 투자하면 원금(NAV) 훼손 가능성이 있다.
커버드콜 ETF가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분배금(배당금)의 재원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1) 옵션 프리미엄: 콜옵션을 매도하여 얻는 수익. (가장 주된 재원)
2) 기초자산의 배당금: ETF가 보유한 주식에서 지급하는 배당금. (만약 ETF가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애플에서 나오는 배당금)
3) 자본이득: 주식이나 채권을 매매하여 얻은 차익.
문제는 커버드콜 ETF가 1,2,3번의 재원으로 분배금을 모두 지급한 후에도 약속한 높은 분배율을 맞추기 위해 ETF의 순자산가치 (NAV)에서 돈을 인출해서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지급하는 경우이다.
순자산가치(NAV)란 ETF가 갖고 있는 모든 자산의 현재가치라 생각하면 된다. 쉽게 말해 통장 잔고이다.
ETF가 이번 달에 100달러 수익이 났다면, 분배금은 이 100달러 내에서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가 과도하게 높은 분배금 (150달러)를 약속했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ETF는 수익 부족분 50달러를 통장 잔고(NAV)에서 꺼내 보충해서 분배금을 지급하게 된다.
투자자는 약속된 분배금 150달러를 받고 기뻐하지만, 실제로는 100달러만 ETF의 수익이고, 나머지 50달러는 원래 투자자 돈이 들어있던 NAV(통장잔고)를 깎아서 받은 것이 된다.
내 돈 꺼내서 내 돈 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ROC(Return Of Capital, 자본환급)라 한다.
결국 NAV가 훼손되면 장기적으로 ETF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게 된다. 이것이 커버드콜 ETF의 가장 큰 함정 중 하나이다.
4. 결론, 커버드콜 ETF 누구에게 추천하나?
위에서 커버드콜 ETF의 구조적 한계를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이 전략은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한다면 분명히 매력적인 금융 상품이다. 커버드콜의 핵심은 장기적인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얻는 것에 있다.
1) 커버드콜 ETF 추천 대상
- 은퇴 후 현금흐름이 필요한 투자자: 주가 상승은 제한되더라도, 꾸준하게 일정하고 높은 분배금을 받아 생활비 또는 기타 현금 지출에 사용하는 은퇴 생활자에게 최고의 연금 인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 시장 횡보장(박스권)을 예상하는 투자자: 주가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횡보장에는 콜 옵션 매도를 통해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지속적으로 챙길 수 있으므로, 일반 주식 보유보다 훨씬 유리한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2) 커버드콜 ETF 비추천 대상
- 젊은 투자자: 아직 투자할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복리 효과로 장기간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커버드콜 ETF로 분배금을 챙기는 것 보다 훨씬 유리하다. 커버드콜 ETF에 투자한다면 큰 시세차익을 포기하게 되어 길게 본다면 오히려 손해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파란색: JEPI, 노란색: VOO)
VOO가 5년간 92%의 주가 상승을 하는 동안 JEPI는 겨우 5% 올랐다. 5년간 분배금을 50% 챙겼지만 VOO 투자자 대비 수익률이 낮다. 이 수익률 차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커질 것이다.
- 강세장을 예상하는 투자자: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 확실시 되는 경우 커버드콜 ETF는 주가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제한하여 일반적인 지수 추종 ETF 대비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므로 투자 매력이 없게 된다.
자 오늘은 커버드콜 ETF에 대해 알아보았다.
커버드콜 ETF는 높은 분배금이라는 매력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원금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는 구조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높은 분배율에는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와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본인의 투자 목표가 성장인지 현금흐름인지 잘 생각해보고, 이 특별한 ETF를 현명하게 활용해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