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떠올릴 때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투기 또는 투자 상품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등락이 심한 가상화폐 시장에 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코인이 있다면 믿겠는가?
"엥 가격이 안 움직이면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 왜 투자하나?"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는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이름처럼 안정적(stable)인 스테이블 코인, 단순한 혁신 기술처럼 보이는 그 속에는 21세기 금융 패권을 둘러싼 미국의 정교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
오늘은 스테이블 코인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다.
1. 스테이블코인이란?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루에도 수십 %씩 오르내릴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자산을 잠시 대기시킬 안정적인(stable) 피난처가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USD)같은 실제 법정 화폐와 그 가치를 1:1로 연결하여, 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USDT와 USDC는 1달러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달러랑 가치가 똑같으니 사람들은 이 코인을 자연스럽게 '디지털 달러'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2. 스테이블코인은 왜 생겨났고, 종류에는 무엇이 있나?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달러와 1:1 가치를 지니며 자금 대기실 역할을 하는걸 넘어 그 이면에는 거대한 지정학적 배경이 숨어있다.
과거에는 미국이 국채를 발행하면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이 그걸 사주면서 미국은 빚을 많이 져도 재정 건정성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나라들이 미국 국채 매입을 줄이기 시작했고, 미국은 국채를 팔지 못하면 세계의 기축통화 달러 패권이 무너지므로 막대한 국채를 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이다. 테더(Tether)나 서클(Circle) 같은 회사들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 확보한 달러를 담보물로 쌓아두는데, 이 담보물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 매입에 사용하고 있다. 가장 널리쓰이는 테더의 USDT는 담보자산 중 75% 이상이 미국 국채로 알려져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이제 중국, 일본 같은 큰손들이 미국 국채를 안사줘도 상관없어졌다. 전 세계 일반 시민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미국 국채를 간접적으로 사주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즉,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 전세계 시민들에게 빚(국채)를 몰래 팔아 넘기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완벽히 맞아 떨어지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민간 기업과 전세계 시민들을 통해 자연스레 달러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발적으로 미국 국채를 떠안게 만들었다. (정말 약아빠진 미국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USDT와 USDC가 있다. 뭔가 이름만 봐도 미국에서 만든 것 같은 냄새가 솔솔난다.
- USDT(테더): 2014년 발행된 가장 오래되고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1800 달러 이상에 달하며 담보 자산의 75% 이상이 미국 국채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 코인 거래소간 자금 이동 및 거래에 널리 사용된다.
- USDC(서클): 테더에 이어 두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 2018년에 발행되었으며, 골드만삭스, 블랙록, 코인베이스 같은 큰 금융회사들이 참여하여 더 투명하고 미국 내 규정 준수에 적극적이다. 유통량은 약 760억 달러 수준이며, 담보의 80% 정도가 미국 단기 국채로 구성되어 있다.
- 타 국가 통화 기본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실패:
유럽의 EURC, 중국의 디지털위안화(e-CNY) 등 달러 외 다른 국가들의 시도가 있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들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사용성이 떨어지고, CBDC(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가상화폐)는 정부가 모든 금융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이용을 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USDC)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결국 실물 화폐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화폐에서도 미국이 지배를...
3. 스테이블코인 활용과 미래: 온라인 기축통화의 등장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투자를 넘어 일상 금융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사용 이유이자 혁신은 바로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저렴한 수수료와 즉시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유학이나 이민 등으로 해외 송금을 하면 절차가 복잡하고, 수수료가 비싸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나도 예전에 잠시 해외에 있었는데, 그때 한국에서 돈을 보내주면 바로 들어오지 않고 하루 이틀이 지나야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전산망을 거칠 필요가 없이 즉시 송금과 수취가 가능하며 수수료도 은행 대비 저렴하다. 폰으로 그냥 송금하면 된다. 또한 규제가 많은 국내 시장을 피하고 해외 코인 투자에 활용하려는 투자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일종의 플랫폼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나아가, 스테이블 코인은 화폐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실질적인 대안 통화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들어, 아르헨티나에서는 초인플레이션 때문에 현지 화폐인 페소(ARS)의 가치가 상실되어 사람들이 USDT를 새로운 가치 저장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특정 직종 사람들이 급여를 USDT로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나라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마트폰만 있으면 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효과적인 거래수단이 된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은 일부 국가에서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스테이블 코인 결제가 보편화된 나라로 여행을 갈 경우 환차손 없이 즉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트레블월렛같은 기존 시스템조차 필요가 없어진다. 더 나아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투자 상품이 생겨날수도 있다. 이는 금융 당국,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 같은 곳의 컨트롤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이라 아직 실현되긴 힘들어 보이지만, 현실화가 된다면 탈중앙화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에서 말한대로 물리적 기축통화(달러 현금)와 온라인 기축통화(스테이블코인) 모두 미국이 장악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4.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점과 원화의 위협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1달러'를 약속하며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걸 진짜 믿을 수 있을까? 과거에도 미국은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약속(금 태환)을 했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이를 파기하며 브레튼우즈 체제를 무너뜨린 전과가 있다. 결국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모든 금융 시스템에서 언제 미국이 약속을 깨버릴지 알 수 없다는 위험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1) 신뢰의 붕괴와 디페깅(De-Pegging) 위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1:1연동 (페그, Peg)이 깨지는 순간 그 존재 이유를 잃게된다. 이 위험은 발행사의 준비금 문제에서 비롯된다.
- 준비금의 투명성 논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코인 발행량만큼 실제 달러나 안전자산(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 USDT(테더)는 준비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한다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준비금이 부족하거나 위험 자산에 투자되어 있을 경우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가 발생하면 1USDT=1달러 연동이 깨지는 디페깅이 발생할 수 있다.
- 알고리즘 기반의 치명적 결함: 특히, 알고리즘만으로 가치를 유지하려 하는 스테이블코인들은 시장충격에 매우 취약한데, 한때 유명했던 권도형씨의 테라-루나 사태를 들 수 있다. 국채 같은 담보 없이 자매코인인 루나(LUNA)의 발행/소각 알고리즘으로 가치를 유지하려 했던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는 뱅크런 사태가 터지자 알고리즘이 루나를 무한정 찍어내면서 루나 가치가 붕괴되었고, 담보 능력을 상실한 테라까지 함께 폭락하며 시스템이 무너졌었다.
결국 스테이블 코인은 기술적인 안정성이 아니라 발행사에 대한 신뢰와 그들이 보유한 담보물의 건전성에 100% 의존하고 있다. 이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안정적'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진다.
2) 통화 주권 침해와 원화의 위협
스테이블 코인이 가진 자체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대한민국 원화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였다.
우리가 USDT나 USDC를 더 많이 쓸수록, 그 코인의 담보물인 미국채는 더 많이 팔리고 미국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게 된다. 우리 스스로 미국 금융 패권에 기여하는 희한한 구조인 것이다.
더 큰 위험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더 편리하고 글로벌하게 쓰이면서, 결국 우리나라 원화(KRW)를 점점 덜 쓰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경제가 불안정한 나라들이 먼저 통화 대체를 겪고 있지만, 이 흐름이 계속되면 원화라고 안전하다는 법이 없다. 만약 원화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이나 환율 방어 등 우리의 정책 수단이 무력화되는 심각한 통화 주권 침해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5. 마치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 기술이나 편의성이라는 개념을 넘어 달러를 중심으로하는 미국의 새로운 기축통화 전략이며, 우리는 이미 그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이번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우리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더 많이 쓸수록 미국채를 간접적으로 사주는 구조라는 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만약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구조를 알아차리고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를 거둔다면, 미국은 다시 한 번 국채 매입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때 미국이 택할 마지막 카드는 디지털 달러(CBDC)라는 이름의 궁극적인 중앙 통제 시스템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패권 전쟁의 최전선이며, 이 흐름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금융 미래, 나아가 대한민국의 통화 주권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